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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리포에서

내게 태안 해변은 여러개의 추억길이 겹친다. 로맨틱 웨이. 신두리 천리포 만리포 모항… 꽃지니 바람아래니 하는 아름다운 이름들. 그리움과 아쉬움의 후유증을 남긴 길. 올 겨울 여길 한번 더 와야 하나. 만리포에 차를 세운 나는 피식 웃어버렸다. 바닷물들이 다 도망가버린 바다. 미처 함께 도망가지 못한 배 한 척이 쑥스럽게 땅바닥에 주저앉아 있다. 저 빈 배는 이 텅빈 날, 경기 넘버 검정세단 한대가 무심히 지나갔음을 기억해줄까. 파도 없는 방파제 끝에 서서 멀리 옅은 붓터치같은 섬들을 찍는다. 물빠진 바다에서 조손간에 무엇인가 열심이다. 한번쯤 이 곳을 서성거려본 사람이라면 서해도 리아스식 남해안 만큼이나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바다임을 인정하리라. 운동회 하듯 종종걸음으로 떠가는 여러 척의 작은 배들, 헤..

Messages/ego2 2009.1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