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곳에 가면
영화 흑수선이 생각난다.
수녀 손지혜(이미연 분)가 자전거를 타고
매화꽃 뒤덮은 산을 달려가는 장면을 보면 넋을 잃을 정도이다.
저 덧없이 흩날리는 꽃 잎을 보면서,
이 영화는 어쩌면 삶의 슬픔을 요약한 것 같은데도
여기는 천상의 낙원이라는 생각이 든다.
후두둑 지는 꽃에 대한 애절한 상념들.....
그러니까 낙원이란 인간이 발명해낸 무공해의 목가가 아니라
고통 속에서 떠올리는 처연한 탈출구란 말인가?
매화꽃 피는 이 마을은 그 꽃 다 떨어지고 앙상한 가지만 남은 다른 계절이 없을까?
오로지 황홀한 한때에 꿈의 필름 모두를 걸어버리는
인간의 눈먼 상상력
아름다운 오류.....
낙원이란 그래서 닿을 수 없는 저 지점에서 아름답단 말인가?
이미연은 먼 꽃 길을 끝없이 달려간다.
이념의 틈바구니에서 서로 미움을 키워 온 시간 속에서
바보처럼 견지해온 가장 직선적인 가장 눈먼 사랑이
허기진 마음의 코드를 건드렸지만.....
지금이 순간까지도
내 망막엔 매화꽃 한없이 지고
내 낙원엔 검은 수선화 이미연이
어디론가 자전거를 타고 달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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