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ndscape/vernal

다압 매화마을에서

Space & Interval [0,1] 2009. 7. 2. 00:58

 

 

 

 

이 곳에 가면

영화 흑수선이 생각난다.

 

수녀 손지혜(이미연 분)가 자전거를 타고

매화꽃 뒤덮은 산을 달려가는 장면을 보면 넋을 잃을 정도이다.

 

저 덧없이 흩날리는 꽃 잎을 보면서,

이 영화는 어쩌면 삶의 슬픔을 요약한 것 같은데도

여기는 천상의 낙원이라는 생각이 든다.

 

후두둑 지는 꽃에 대한 애절한 상념들.....

그러니까 낙원이란 인간이 발명해낸 무공해의 목가가 아니라

고통 속에서 떠올리는 처연한 탈출구란 말인가?

 

매화꽃 피는 이  마을은 그 꽃 다 떨어지고 앙상한 가지만 남은 다른 계절이 없을까?

오로지 황홀한 한때에 꿈의 필름 모두를 걸어버리는

인간의 눈먼 상상력

아름다운 오류.....

낙원이란 그래서 닿을 수 없는 저 지점에서 아름답단 말인가?

 

이미연은 먼 꽃 길을 끝없이 달려간다.

이념의 틈바구니에서 서로 미움을 키워 온 시간 속에서

바보처럼 견지해온 가장 직선적인 가장 눈먼 사랑이

허기진 마음의 코드를 건드렸지만.....

 

지금이 순간까지도

내 망막엔 매화꽃 한없이 지고

내 낙원엔 검은 수선화 이미연이

어디론가 자전거를 타고 달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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