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 쌍계루 물빛에 눈 멀면 명부전도 다홍 물살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물에 비친 제 얼굴을 사랑하다 사랑하다 나르시소스, 혹은 단풍잎은 몸을 던졌는데 문득 수면에 뜬 제 나뭇가지에 도로 얹혔다 목숨들은 늘 배고픈 것, 단풍나무 그림자가 피단풍 낙엽를 물고 있는 붉디붉은 法文 한 장이 출렁인다 죽었다 깨어나도 깨달음은 저쪽에 있는 단풍 한 장의 허기여 대웅전에서 맨발로 뛰어나온 부처가 제머리를 찧어 마당을 쓰는가 가랑잎 구르는 너른 뜰 문득 갈 빛인 내 그림자 본다 바람에 쓸려가는 낙엽 하나 집어드는데 절간 뒤에 귀 열고 섰던 백암산이 갑자기 허리를 폈다 華經을 훔쳐 승천한 흰 양이 너였구나 |
출처 : 운문에 구름 걷히면
글쓴이 : 이성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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