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채 고개를 떨구지 못한 능소화가 장마비에 힘겹게 숨을 쉰다.
이 담 너머는 사미계를 받은 200여 비구니 학인 스님이 거처하는 곳이다.
불이문(일명 해탈문) 너머로는 해탈의 세계로 가는 길이다.
금남 구역이다. 그 절집 담 옆,
한가득핀 능소화 새벽 차가운 비바람에 힘겨운 표정으로 중생을 맞는다.
오늘 이 절 집에는 어떤 귀한 손님 오시기에 이렇듯 함초로미 꽃이 피어 있을까?
이 꽃도 사람처럼 범부처럼
때로는 싱싱하게 때로는 우아하게 혹은 꽃잎들을 떨구며
사람 마음 희(喜), 노(怒), 애(愛), 락(樂). 그대로를 보여준다.
하늘까지 올라가 천벌 받은 사랑,
넘보지 말아야 할 것을 넘본 죄,
사지를 째고 목을 내걸어 보는 눈이 우련 붉어지는 꽃.
기억 위에 기억이 덮여 능소화
이젠 옛날로 가는 길조차 잃었는데
숨이 터억, 막히던 붉음만 오십견처럼 괴롭다
사랑이여,
너는 한번 핀 것 아니겠지만 피고 보면 늘 한 여자이구나.
잿빛 하늘을 타고 올라가 天井에 든 나르시스트.
돌아보는 현기증으로 너는 우는 것이다.
사랑을 접기에는 아직 붉은 나이,
작은 어깨 사이 들썩이는 가슴이 터졌던
그날. 긴 장마 잠깐 그친 날.
누가 너를 지중해의 하얀 집 앞에서 봤다고도 하고
또는 인도의 폐사원 돌더미를 타고 오르는 복받친 신앙이라고도 하더라 마는
너는 천상 어떤 여자의 서러운 치마이다.
한 시절 꽤나 아팠겠구나,
後聞에 따라온 꽃잎 몇 장,
노여움은 녹고 서러움은 타버린 옛이야기,
열 일곱, 스물, 그리고 마흔, 쉰셋.
내 눈에 팔락이는 빨래처럼 걸린….
버릇처럼 카메라 들이대니
싱싱한 낙화 하나 가슴을 툭 치고는
물기 어린 잔디 위에 추락한다.
내가 바람처럼 찾아 손님이라면,
나를 맞는 주인 능소화.
제 같이 살라고 묶을 때 묶어두고
때로는 그냥 턱!
풀어놓고 살라고 말없는 말을 건넨다.
꽃은 피고 지고, ...
꽃은 피고 지고, ...
꽃은 피고 지고, ...
모두 디지탈 이미지입니다.
벗의 글을 일부 인용하여 함께 꾸몄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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