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 없는 중생이 별들의 굉음을 듣다
그리움과 사무치는 설레임으로 또 가고, 또 보고, 또 듣고.
명멸하는 존재가 감히 무한의 광휘를 보아도 되는가. 금단의 비경을 눈에 넣어버린 나는, 서둘러 그 밤의 풍경을 가슴에 묻었다. 발설하기에는 두려웠을까. 우주의 전신과 교신한 무전기를 접고, 나는 소리 죽여 시계가 돌아가는 세상으로 돌아왔다. 말문이 막힌 듯 입을 닫았다.
성감을 느끼다.
가슴에 터질 듯이 차오른 별빛의 내홍, 몸을 움직이면 누군가의 손에 들려져 천궁에 한 별이 되어버릴 듯한 그 희한한 우화등선의 낌새를 뭐라 불러야 할까. 성감이라 말하여도 되나. 말할 수 없는 성감에 사로잡혔다. 그날 밤 별은, 윤동주의 별밤처럼 친구도 아니었고 노천명의 별창처럼 반짝이며 남는 희망도 아니었다. 알퐁스 도데의 스테파네트를 재운 목동이 설명하던 별자리도 아니었다.
성감은 안구의 전면을 아우르는 거대한 밤하늘이 통째 내려앉는 원시적 성교와도 같은 것이었다. 추웠다. 신내림처럼 온몸이 떨려왔다. 별빛에 얼어붙었다. 목동의 별이 빠르게 달려올 때 나는 양들처럼 비로소 깨어나 총총 범종루를 나서기 시작했다. 길고 긴 겨울 밤의 새벽 인시가 이미 지나는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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